책을 읽고 나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공책에 적고 있습니다. 휴대폰과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다가 손글씨를 쓰니 볼펜을 잡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제 오른쪽 중지는 학창 시절에 연필과 볼펜을 너무 세게 잡은 탓으로 살짝 휘어져 있습니다. 여전히 제 손가락에 흔적을 남긴 필기도구가 낯선 느낌은 적응이 잘 되지 않네요.
2021년 6월 29일 부터 쓰기 시작한 독서노트는 한 권을 다 쓰고, 올해 들어서 새로운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틈이 날 때마다 적어놓았던 글을 보는데 볼 때마다 새롭고,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하네요. 좋은 것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믿음으로 제 가슴에 머문 문장이 누군가의 가슴에도 따뜻하게 머물기를 바라며 몇 개의 문장을 적어봅니다.
세상은 두 개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이해하며 사랑하는' 태도는 소중하다. 냉정하게 대상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대상을 깊이 사랑하는 것, 이러한 접근 방법이야말로 대상과 자신의 관계를 향상시킨다고 확신한다.
-그림책은 재미있다, 다케우치 오사무, 문학동네
깊이 사랑하는 대상을 객관성있게 바라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이러한 자세가 대상과의 관계를 향상시킨다면 늘 삶에 적용하고 싶네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랑하는 대상과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시키는 일일 테니까요.
독서는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글을 쓴다, 설흔, 현북스
비가 내릴 때 우산없이 걸으면 머리를 시작으로 젖어 들어갑니다. 멈추지 않는 빗속을 멈추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어느덧 온몸이 다 젖습니다. 독서가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요? 비를 내 몸으로 받아들였듯이 책을 읽는 행위는 읽는 이가 책과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책을 깊게 읽지 않으면 읽는 이와 읽지 않은 이는 별 차이가 없을 거예요. 모든 책에 젖지는 못하지만 저와 하나 되는 책을 만나는 경험은 다음의 인생의 책을 찾게 만듭니다.
글쓰기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야한다. -추사체 김정희
'어디서 타는 냄새 안나요? 내 마음이 지금 불타고 있잖아요.'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에릭이 한 대사입니다. 마음이 불타는 냄새는 나지 않을게 분명하지만 상대방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느껴지네요. 한 단어, 한 문장으로 많은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단어를 쓴다 해도 쓴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맛이 다릅니다. 그 차이는 자신을 속이지 않으면서 글을 쓰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거짓과 포장이 가득한 글은 비릿한 게장을 먹고 난 씁쓸한 맛이 납니다. 혀 끝의 이러한 감각은 좋아했던 게장을 오랫동안 멀리하게도 만듭니다. 솔직한 글은 계속 먹고 싶은 맛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요? 일기장에서 만큼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공책에 적어 놓은 것은 많은데 3문장만 우선 적어 보았습니다. 제가 꾹꾹 담은 문장들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발로의 여행을 제 삶에서 무사히 마쳤으면 합니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오덕의 글쓰기-이오덕, 양철북 (0) | 2022.02.28 |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돌베게, 1998 (0) | 2022.02.21 |
안녕 주정뱅이 - 권여선 소설집 (0) | 2022.02.19 |
<역사 학습 만화 강력 추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0) | 2022.02.16 |
<그림책 추천>연이와 버들 도령 - 백희나, 책읽는 곰 (0) | 2022.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