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혁명당사건으로 20년이 넘는 수감생활을 한 학자이자 교수인 신영복의 옥중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년 20일이라는 수감생활을 하면서 저자는 감옥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부친다. 현실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저자는 가장 높은 그 무언가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한다.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는 20년이라는 시간을 체념하며 흘려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책 속의 저자의 문장안에는 생명력과 살아있음이 넘쳐 흐른다. 그는 자신을 단련시켜 줄 수 있는 책을 만났고, 누군가 잠을 자는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는 책의 이론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경험과 실천이 배제된 것은 진정한 배움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지식은 책속이나 서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경험과 실천 속에, 그것과의 통일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 믿습니다.-p.146
나는 새로운 신간이 나오면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한 독서에 열을 올린다. 습득한 지식이 진정 내 것인 것처럼 입으로 뱉어내기 바쁘다. 그에 반해 저자는 생활 속에서 먼저 깨닫기로 하고 독서가 결코 과욕이 되지 않도록 부단히 절제한다. 과시와 배출만을 위한 독서에 몰두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누군가는 책을 읽어도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잘못된 독서 방법을 행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책에서 얻은 바를 자신의 삶과 연결 짓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배운 바를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더 가치있는 행위다. 늘 그렇듯 실천이 더 어려울 따름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자의 생각, 생활, 책, 동료등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다. 저자의 정갈한 편지글을 읽고 있노라면 울고, 웃고, 멈칫하기도 한다. 수감생활이 늘어날수록 저자의 부모님도 나이가 드는 상황은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저자의 어머님이 몸이 아프셔서 저자가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한다.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슬픈 단어라니..... 삶과 죽음을 따로 떼어놓을 수는 없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는 빗나가야 하고 느리게 찾아와야 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저자의 편지를 읽는 내내 그의 부모님을 응원하는 마음이 솟았다. '부디 건강하게 기다려주세요.'라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p.286
저자는 관계를 중요시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다. 함께 살기 위해서 서로가 필요하다. 서로가 조화롭게 있기 위해서는 베품의 관계가 아니라 나눔의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베풂은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존재한다. 서로 동등하기보다는 누군가는 꼭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는 꼴이 된다. 나눔은 그 결이 다른 느낌이다.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동등한 위치로 느껴진다. '무엇을 서로 공유하는 것'을 통해 저자는 나눔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감옥으로의 사색>은 휘리릭 읽을 수 있는 그런 류의 책은 아니다. 20년이라는 그의 시간을 가벼이 읽기에 편지 한 장 한 장 담겨져 있는 그의 생각과 표현이 읽는 이의 속도를 늦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가 지나간 몸과 마음의 성장의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자신을 갈고닦는 순간을 포기하지 않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고, 스스로를 한 없이 낮출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아닌가 싶다. 나도 편지 한 장, 엽서 한 장을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충동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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