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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나카노 교코, 세미콜론

조르주 라 투르의 <사기꾼>이 표지를 장식한다. 트럼프로 도박을 하는 모습이다. 곁눈질하는 여자의 얼굴 속에서 교활하고 사악한 마음이 느껴진다. 오른쪽에서 자신의 카드를 보는 사내를 제외하고 하녀, 왼쪽의 사내도 마찬가지로 곁눈질을 하고 있다. 왼쪽에 앉은 사기꾼은 두꺼운 검은 허리띠에 ‘다이아몬드’와 ‘클로버’의 에이스를 숨겨 두고 있는 게 보인다. 세 사람이 열대여섯으로 보이는 소년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의 한 장면이다.

조르주 라 투르 <사기꾼> 1647년경, 파리 루브르 미술관


“이 그림에서 남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인간의 사악한 시선이 훌륭하게 포착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악이 이처럼 분명하게 보일 리 없다. 특히 시선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눈으로는 잡아낼 수 있다고 해도 마음이 부정하고 한다. 맹수의 곁에 있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하고, 머릿속으로는 이해하면서도 그 자리에서는 얼른 분간하지를 못한다.”(p.230)


<무서운 그림> 저자 나카노 교코

와세대 대학에서 독일 문학과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오페라로 즐기는 명작 문학>, <멘델스존과 안데르센>,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바로크 시대의 곤충화가 메리안의 일생>, <사랑에 죽다>, <오페라 갤러리 50>등을 썼으며,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일본어로 번역했다. <아사히 신문> 웹사이트에서 역사 에세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두렵다거나 무섭다고 여겨지지 않았던 그림 중에, 화면에는 조금도 공포를 느낄 만한 것이 보이지 않고 화가 쪽에서도 그런 것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실제로 오싹할 만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예가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죽음의 공포를 통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무서운 그림이 있고 저자는 그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무서운 그림>에는 드가, 틴토레토, 뭉크, 크노프, 브론치노, 르동, 보티첼리, 고야, 젠틸레스키, 홀바인, 베이컨, 호가스, 다비드, 그뤼네발트, 조르조네, 레핀, 코레조, 제리코, 라투의 작품이 실려있다

 

저자는 화가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작품이 그려진 배경과 작품 속에 담겨져 있는 숨은 의미를 파헤쳐준다. 아름다움은 앎을 바탕으로 한다고 한다. 저자의 눈으로 풀어낸 설명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눈으로 인식하는 감정이 이해를 바탕으로 그 폭이 깊어지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오딜롱 르동 <키클롭스>, 1898-1900년, 오텔로 크뢸러뮐러 미술관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중 오딜롱 르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둥근 눈을 의미하는 그의 <키클롭스>라는 작품은 그리스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그의 아내인 신 가이아 사이에서 거인(키클롭스, 사이클롭스, 그리스어로 둥근눈 의미)들이 태어난다. 우라노스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 이들을 지하 세계의 가장 깊은 곳에 가둔다. 뒷날 제우스가 이들을 풀어준다.

 

키클롭스 중 하나인 폴리 페우스는 바다의 님프 갈라테이아를 짝사랑한다. 그녀에게는 아키스라는 연인이 이미 있었다. 어느 날 폴리페우스는 갈라테이아와 아키스의 행복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 둘을 향해 바위를 던졌다. 갈라테이아는 살았지만 아키스는 바위에 깔려 죽고 말았다. 폴리페우스의 삐뚤어진 사랑은 르동의 <키클롭스>의 소재가 된다. 이 그림속의 키클롭스 깥세상을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밖에 볼 수 없는 눈, 게다가 두 개가 하나다가 되다 보니 그만큼이나 치우침도 커진 눈, 객관성이라고는 지니지 않은 실로 유아적인 외눈을 하고 있다.

 

저자는 어머니에게서 내쫓겼다고 느꼈던 "르동은 어둠속에서 살아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너무 바라보아서 마침내 두 눈이 겹쳐져 하나가 되어 버린 듯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가 키르롭스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했대서 이상할 건 없다."라고 말한다.

오딜롱 로등 <하얀 꽃병과 꽃>,1916년, 뉴욕 현대 미술관 


어두컴컴한 과거에만 얽매여서 살아갔을 것 같던 르동은 다른 색채의 그림을 내놓는다. 그는 환갑이 가까이 되어서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았다.  <키클롭스>는 르동이 흑색, 고독에서 벗어나는 중에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을 통해서 르동은 유년시절의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림을 통해서 안정되어 가는 화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르동은 보는 이가 넋을 잃게 만드는 파스텔로 그린 보드라운 꽃그림 <하얀 꽃병과 꽃>을 그렸을 때 쉰여덟이었다. 한 인간이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알 수 있다.

<무서운 그림>은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왜 이러한 그림이 그려졌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