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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비룡소, 2022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폴란드 작가이다. 작가가 새로운 책을 낼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읽어왔지만 이제야 2022년에 출간한 책을 읽어본다. 작가의 그림책은 글도 좋지만 그림이 압도적으로 더 좋다. 그림만을 가지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으로 주제를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이니 말이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누구인가?
폴란드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기획자 이지원의 소개로 《생각》과 《발가락》을 논장에서 출간한 뒤 한국의 출판사들과 많은 작업을 하였습니다. 《생각하는 ㄱㄴㄷ》, 《문제가 생겼어요!》, 《학교 가는 길》, 《네 개의 그릇》,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등 감수성과 철학적 깊이가 돋보이는 책들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마음의 집》, 《눈》,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세 번(논픽션, 픽션, 뉴호라이즌 부문) 수상했습니다. 2018년, 2020년, 2022년에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로 추천되었습니다.
-출판사 작가소개

 


 <우화>는 작가가 한국에서 선보이는 '글자 없는 첫 그림책'이다. 작가는 "간단한 상징을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말하고 싶다. 서사 전체가 열려 있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로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도록 독자 개개인이 자신들의 생각으로 채울 수 있도록, 여러분을 나의 그림책 세계로 초대한다."라고 전한다. 
 
 책의 표지에는 뒷짐을 하고 있는 백인 남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 남자는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공간을 응시하고 있다. 책표지에서 등장한 남자는 서로 대비는 되는 모습으로 책의 양쪽을 채우고 있다. 왼쪽 남자은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수갑을 손목에 차고 있다. 오른쪽 남자는 두 손에는 푸른색 꽃다발을 들고, 누군가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어줄 문 앞에 서 있다. 이 두 그림을 살펴보면 붉은 선이 등장하고, 이 선은 고통과 긴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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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색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 질 수 있다. 자유를 빼앗긴 상황에서는 고통이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꽃다발을 내밀기 전에는 긴장을 드러낼 것이다. 인간의 운명은 손바닥 뒤집듯 갑작스럽게 변할 수 있다. 변화의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누군가에도 불행이 찾아올 수 있고, 누군가에게도 행복은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그때를 정확히 알지 못할 뿐이다. 
 
 작가가 살고있는 폴란드는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우크라이나와 접경국이다. 물리적 거리가 있기에 뉴스를 통해서만 소식을 접하는 우리와 달리, 전쟁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작가는 직접 눈으로 볼 것이다. 뉴스 속에서 보이는 고통은 뉴스가 끝나면 더 이상 전해지지 않는다. 작가는 단 몇 초 만에 끝나는 그 이야기 속의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있고, 운명의 선택권을 빼앗긴 채  예상치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신이 아니다. 정해진 길로만 갈 수 없다. 계획대로 살려고 해도 예기치 못한 일들로 인해 방해를 받거나,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기도 한다. 운명의 변덕스러움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붉은선은 마지막장에서 무지갯빛으로 변하며 등장인물들이 화합하여 이어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예상하지 못한 운명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서로를 받아들이는 너그러움, 서로를 이해하는 이해심에서 출발할 것이다. 마지막 장을 보고 부정적인 결말도 상상할 수 있지만, 나는 해핑엔딩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