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애 작가와의 만남- 오리 부리 이야기

여름방학 기간 동안에 지역 도서관에서 <오리 부리 이야기>를 쓴 황선애 작가와의 강의를 주관했다. 이 책은 작년에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던 책이었다. 작가와 함께하는 강의를 아이와 들어본 적이 없기에 '괜찮을까'라는 마음으로 강의를 신청했다. 
 
뭔가를 하기에 앞서 준비 여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
 

일 년 전 읽은 책이기에 아이의 머릿속에는 표지를 제외한 어떠한 내용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의 최애 어플 <리브로피아>에  <오리 부리 이야기>를 검색했다. 역시,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작가와의 만남은 8월 12일인데, 그 기간 안에 빌릴 수 있는 책이 단 1권도 없었다. 하나의 책을 사기 전에 도서관에서 꼭 두 번 이상은 읽고 사는 나로서는 책을 구매할지 망설여졌다.
 
강의를 위해서 애쓰실 작가의 노고와 작가의 사인본을 받고 싶다는 아이의 바람이 나로 하여금 구매 버튼을 누르게 하였다. 
 
<오리 부리 이야기>는  제 1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오리가 '말의 힘'을 깨닫게 되는 아주 특별한 모험을 담고 있다. 심사평에는 "확인되지 않은 말이나 남의 말을 함부로 옮길 때의 문제점을 담은 수작! 작가의 입담과 재치가 반짝반짝 빛난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이 책은 숲속 비밀, 오리 부리, 앞치마 요리사, 겁쟁이 사냥꾼, 등딱지 무당벌레, 오리 부리 이야기로 구성 되어있다. 숲 속 마을에서 토끼가 그림을 그렸는데 자신의 그림이 찢어진 것을 발견한다. 증거는 없지만 들쥐가 토끼의 그림을 보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몰린다. 앞치마 요리사는 누군가 농담처럼 내뱉은 말에 농담처럼 받아넘겼지만, 그것이 해괴한 소문이 되어 식당문을 닫게 된다. 그때 요리사에게 힘을 준 것은 바로  밥주걱이었다. "요리사가 그렇게 한 거 아니잖아. 내가 알아. 그러면 됐지, 뭐."라고 말하며 요리사의 마음을 다독여 준다. 
 
앞치마 요리사는 억울한 들쥐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단다. 하지만 이건 꼭 기억해야 해.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 제멋대로 까부는 바람이 문제였다는 걸 말이다."라고 말한다.
 
결말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입 꾹!! 
 
더 잘 듣고, 신중히 말하기 위해서 귀는 두개, 입은 하나라고 한다. 이상하게도 말은 하기 쉽고 듣기는 어렵다. 입으로 뱉어내는 말은 나를 돋보이게 만들고, 두 귀로 듣는 행위는 상대방을 돋보이게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나'가 중요한 우리들은 '타인'을 나와 같은 선상에 올려놓는 것이 어렵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듣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황선애 작가의 강연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지만, 어른이 듣기에도 즐거웠다. 책을 읽고 가지 않더라도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강연이기에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중간중간에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셨는데,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답을 말하기 위해서 수많은 아이들이 손을 번쩍번쩍 드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쁘다 못해 사랑스러웠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 했을 때 한국기자들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준 적이 있었다. 손을 들어서 질문한 한국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침묵을 깬 이는 중국 기자였다. 이 상황을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누군가 질문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서 질문을 하기를 꺼린다고 했다. 이 부분은 나 역시 공감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강연에서 더 말하기 위해서 손을 드는 아이들을 보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아이와 함께 한 작가와의 강연은 다른이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수줍은 우리 아들도 작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서슴지 않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 줄을 서서 작가님에게 직접 책에 받은 사인은 아들의 보물 1호가 되어 거실에 전시가 되어 있다.  
 

 자신이 읽은 이야기의 창작자를 만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책을 더 좋아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

 

 

오리 부리 이야기:제1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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