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책은 표지부터 의미를 담고 있고, 그 의미를 독자가 자신이 가진 배경지식과 감정으로 각자의 해석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 덕분에 그림책을 사람들과 함께 읽고 나면 나를 묶어두는 생각의 틀을 조금은 허물 수 있게 된다. 혼자보다는 함께 읽을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게 그림책이 아닌가 싶다.
오늘의 그림책은 <첫 번째 질문>
글을 쓴 오다사 히로시는 1939년 후쿠시마에서 태어났습니다. 시인으로, 평론가로 널리 사랑 받았으며,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대표작으로 시집 <심호흡의 필요> <한 번뿐인 식탁> <시의 나무 아래에서><기적>등이 있으며, 이 책의 시 '첫 번째 질문'은 일본 교과서에서 실린 명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 이세 히데코는 1949년 삿포르에서 내어나 일본과 프랑스에서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마키의 그림일기>로 노마아동문예상을 받았고,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로>로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수상했습니다. 작품으로 <천 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첼로, 노래하는 나무><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나의 형 빈센트>등이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 작가 소개란-
<첫 번째 질문> 표지는 무엇을 전달할까요?
그네를 탄 아이가 날아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의 공간은 꼭 새같다. 새처럼 나는 아이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차분한 색상인 회색이 주로 사용되었다.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는 역동적인 순간, 우리는 좀 더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흰색 속지
흰색은 아무것도 없다는 이미지로 항복을 의미하거나, 청순과 성스러움을 상징한다. 이 책에서는 긍정적 의미가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본문
<첫 번째 질문>은 "오늘 하늘을 보았나요? 하늘은 멀었나요, 가까웠나요?"를 시작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책의 제목이 첫 번째 질문인 이유는 첫 번째 질문을 시작으로 다양한 질문을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질문 하나하나가 "1+1=?"처럼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늘 함께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의식적으로 지나쳤던 것들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저녁 일곱시쯤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텃밭을 구경하기 위해서 아이와 산책을 했다. 나는 걷는 내내 나의 왼쪽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보면 발걸음 수를 확인했다. 천 걸음만 더 걸으면 만보를 채우기에 온통 나의 신경은 걸을 때마다 올라가는 숫자에 눈이 가 있었다. 아이는 늘 가던 산책길이지만 길가에 핀 풀꽃, 돌멩이, 길을 가로막는 하루살이 떼에도 관심을 가지며 재잘거렸다. 서쪽으로 지는 해를 등지고 걸었기에 해가 지는지도 몰랐다. 아이보다 몇 걸음 앞서고 있을 때였다.
"엄마, 너무 아름답지 않아?"
"응?, 뭐가?"
"뒤돌아봐봐. 저기 산 너머로 지는 빨간 해 말이야. 너무 예쁘다."
아들의 질문에 뒤돌아 서 본 해는 정말 예뻤다. 예쁜것들이 지천에 널렸는데 오직 손목시계만을 보고 있던 나 자신이 어이없으면서도 안타까웠다. 아들처럼 자연으로 나온 순간 즐기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러지 못한 나를 보니 내 앞으로 배달된 귀한 선물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몇 살 때의 자신을 좋아하나요? 잘 나이 들어 갈 수 있을까요?"
나는 지금의 나를 좋아한다. 어제의 나에 대한 미련도, 지난날 열정을 쏟아부었던 나의 모습도 아니다. 요즘처럼 나 자신에 집중한 적이 없다. 나의 감정, 생각들에 관심을 기울이니 타인에 대해서 더 이해심이 생긴다. 아마도 나는 앞으로의 나를 더 사랑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첫 번째 질문>은 마음을 간질이는 그림으로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답하다 보면 한 권의 책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세상은 말을 가볍게 여기지요. 당신은 말을 믿나요?"라는 마지막 질문을 한다.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말의 종류에 따라서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좋은 말을 삶에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더 좋은 삶이 될 수 있다.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아이에게 자주 한다. 아이의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때는 "괜찮아"보다는 "왜 그랬어? 하지 말랬잖아."라는 말이 먼저 튀어 나왔다. 이 말을 뱉고 나면 아이는 더 주눅이 들었고, 아이의 실수에 나 자신이 더 집착하게 되었다. 아이의 실수에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라고 말을 하게 되면 아이의 실수가 별거 아닌 일이 된다. 아이의 같은 행동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도 나의 혀에 콕 박힌 '괜찮아'라는 말 덕분이다. 그래서 나는 말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질문>은 익숙한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한 편의 시가 그림책이 되었듯 한 권의 이 그림책이 보는 이에게 환한 빛이 되준다. 작가가 질문을 오던졌으니, 각자의 질문도 만들어 보는 어떨까? 나도 나만의 질문을 끼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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