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면 내 마음이 조용해진다. 인위적인 힘으로 물을 막지 않고, 자연의 힘으로 흘러가는 물은 그 자체로 표현하기 어려운 힘을 지니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나니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서 손자에게 연필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잘 쓰지 않는 그 연필말이다. 할머니는 연필의 다섯 가지 특징으로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신이 존재하고, 연필을 깎는 것 처럼 고통과 슬픔을 견디고, 실수를 하더라도 지우개가 달린 연필처럼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연필에서 중요한 것은 심인 것처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흔적을 남기는 연필처럼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보는이에 따라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다. 늘 보던 연필에서 할머니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에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연필 같은 사람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면서 산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내가 오늘 한 행동이, 말이 누군가에게 선물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특히 누군가를 아프게 한 행동은 스스로 인식을 했더라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아니라 나에 대한 부드러운 인식이 나를, 나를 향한 타인을 덜 다치게 한다.
자신을 더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은 조금은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먼 훗날 어디선가
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겁니다.
숲속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저자는 우리들 대부분이 살아온 방식에 얽매여 기회를 놓쳐버린다고 이야기한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새로운 것을 향한 마음을 누르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메뉴를 정하는 일을 시작으로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들 가운데 주어진 삶을 바꿀 큰 선택이 존재하기도 한다. 누구는 그것을 기회라고 부르지만, 누구는 그것이 기회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는 기회는 그 기회를 알아보는 사람을 위해 그 역할을 할 뿐이가.
하루아침에 전과는 다른 삶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꾸준함이 변화를 만들것이다. 주어지는 선택 중 늘 하던 것이 아니라 어제와는 다른 것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큰 차이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결말을 알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니 어쩌면 멋진 결말이, 어쩌면 그저 그런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저 그러면 다시 선택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실려있다. 몇몇 이야기는 가슴을 찡하게 울리기도 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삶과 죽음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두개념이 가까이 있다고 인식하는 게 현재의 삶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에게도 불행이 찾아오고, 나에게도 슬픔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 오늘의 삶이 덜 힘들지 않을까? 어렵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눈에 보이는 글로 끼적이는 일이........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물이 이곳저곳 여행하는 것처럼, 내 삶도 이곳저곳을 흘러가기를 바란다.
![흐르는 강물처럼, 문학동네, <파울로 코엘료> 저/<박경희> 역](https://image12.coupangcdn.com/image/affiliate/banner/5d04d5cff61cb9f1348fa361ece414fd@2x.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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